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 당신이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에서 당신의 유전자가 무엇을 하는지로 초점을 옮기는 것은 아주 작은 변화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건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는 일이다. 우리가 현재의 우리인 것은 우리가 물려받은 유전자들 때문이라는 관념은 최소한 우리의 표현형 중 일부는 우리가 수정될 때 이미 결정되었다는 생각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후성유전적 과정들이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은 경험과 DNA가 함께 우리를 현재의 우리로 만들었으므로, 우리가 지닌 특징이 미리 정해진 것일 수 없음을 뜻한다.
🔖 성숙한 상태에서 우리가 지니는 특징들을 유전이 결정하는 게 아니듯 후성유전이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후성유전적 표지, 영양 요인, DNA 염기 서열 정보, 특정한 경험을 포함해 우리의 표현형에 원인을 제공하는 모든 발달 자원은 그중 어느 하나만으로 발달 결과가 결정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렇듯 후성유전적 결정론, 다시 말해 한 유기체의 후성유전적 상태가 반드시 어느 특정 표현형을 초래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또 하나의 결정론이며, 유전자 결정론보다 아주 조금 덜하기는 하지만 위험한 생각이기는 마찬가지다.
🔖 그렇지만 유전자 결정론의 종말이 인간 본성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꿔놓으리라는 것은 이미 한동안 명백한 사실로 여겨졌으며, 후성유전학의 여러 발견은 그 생각을 뒷받침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발달하는 동안 속해 있는 맥락에서 심층적인 영향을 받으며, 어느 정도는 그 맥락을 통제할 힘도 갖고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줄 알고 깨어 있으며 성취하는 개인으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후성유전학의 위상이 높아지면 모든 이에게 이런 메시지가 전해질 것이다. 당신이 생물학의 올가미에 걸려 있다고는 생각하지 말라, 분투하라. 아이들을 주의 깊게 보살피고 돌보아라. 환경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구축하며, 지속적인 건강과 발달을 증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라. 중요한건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수천 년 전부터 분별 있는 사람들은 이런 믿음을 지니고 있었고, 경험이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방식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고 해서 이 지혜로운 생각이 바뀔 이유는 없다. 전 세계의 후성유전학 연구실들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비약적으로 새로운 통찰을 아직 내놓지 못했다고 해도, 21세기 초에 그들은 흥미진진한 데이터들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우리는 그리 머지않은 미래 어느 시점에 그 새로운 정보로부터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